오토캠핑 준비물 (타프, 팩, 전기장판)
솔직히 저는 첫 캠핑 때 젓가락을 안 챙겨갔습니다. 라면을 끓여놓고 막상 먹으려니 젓가락이 없더군요. 그때는 캠핑장 인프라가 지금처럼 좋지 않아서 매점도 없었습니다. 결국 그릇에 라면을 덜어서 국물과 함께 마셨습니다. 황당했지만 그것마저 추억이 되었습니다. 완벽하게 준비한 캠핑보다 이렇게 하나씩 실수하는 캠핑이 오히려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타프, 계절에 따라 필수품이 될 수도
타프(Tarp)란 방수 처리된 대형 천을 지지대로 세워 그늘이나 비를 막는 캠핑 장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야외용 천막 지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타프가 필수품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는데, 저는 계절에 따라 다르다고 봅니다.
봄과 가을에는 타프가 없어도 큰 불편함이 없습니다. 날씨가 선선하고 햇빛도 강하지 않아서 텐트만으로도 충분히 쾌적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여름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타프 없이 여름 캠핑을 간다는 건 정말 고행에 가깝습니다. 제가 7월에 타프 없이 캠핑을 갔다가 너무 더워서 밥 먹기도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름철 타프의 진가는 단순히 그늘만 제공하는 게 아닙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도 타프 아래에서 식사를 계속할 수 있고, 요리 준비도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4인 가족 기준으로 4~5인용 돔 텐트나 거실형 텐트를 사용한다면, 타프는 추가 거실 공간 역할을 해줍니다. 여름 캠핑을 계획 중이라면 타프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팩, 종류별로 갖춰야 하는 이유
팩(Peg)이란 텐트나 타프를 지면에 고정하는 말뚝을 의미합니다. 캠핑에서 펙 또는 스테이크라고도 부르는데, 이 작은 장비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팩을 단순히 '텐트 고정하는 못' 정도로 생각하는데, 실제로 써보니 캠핑장 환경에 따라 필요한 팩이 완전히 다릅니다.
팩은 크게 단조팩(강철팩)과 장팩(플라스틱 팩)으로 나뉩니다. 단조팩은 단단한 땅이나 파쇄석 바닥에 적합하고, 장팩은 잔디나 부드러운 흙에 유용합니다. 저는 처음에 "바람이 많이 부는 게 아니면 장팩은 별로 필요 없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여러 캠핑장을 다녀보니 땅바닥 상태가 천차만별이더군요.
어떤 캠핑장은 데크로 되어 있고, 어떤 곳은 자갈이 깔려 있고, 또 어떤 곳은 잔디밭입니다. 각 환경에 맞는 팩이 없으면 텐트 설치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오징어팩이라고 불리는 Y자형 팩은 모래나 눈 위에서 유용합니다. 처음에는 과한 준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단조팩과 장팩을 골고루 준비해두면 어떤 캠핑장에서든 당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단조팩(강철팩): 파쇄석, 단단한 땅, 데크 주변에 적합
- 장팩(플라스틱 팩): 잔디, 부드러운 흙에 적합
- 오징어팩(Y자형): 모래, 눈 위에서 유용
- 스트링(로프): 팩과 함께 사용해 텐트를 고정
국립자연휴양림의 경우 대부분 파쇄석이나 데크 바닥이므로 단조팩이 필수입니다. 캠핑 전 해당 캠핑장의 바닥 정보를 미리 확인하시면 더 정확한 준비가 가능합니다(출처: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전기장판, 소비전력 체크는 필수
전기장판은 봄·가을은 물론이고 여름 밤에도 의외로 유용합니다. 산속 캠핑장은 한여름에도 밤이 되면 기온이 뚝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소비전력입니다.
소비전력이란 전기 제품이 작동할 때 사용하는 전기 에너지의 양을 말하며, 단위는 와트(W)로 표기됩니다. 쉽게 말해 '이 제품이 얼마나 전기를 많이 먹느냐'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대부분의 국립자연휴양림은 전기 허용 용량이 600W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일반 가정용 전기장판은 보통 1000W가 넘기 때문에 그대로 가져가면 차단기가 내려가거나 사용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저도 처음엔 이걸 모르고 집에서 쓰던 전기장판을 가져갔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옆 텐트 분이 캠핑용 전기장판을 빌려주셔서 해결했지만, 그때 이후로 반드시 소비전력 600W 이하의 제품을 챙기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툴콘 500W 제품이나 한일 프리볼트 탄소매트가 캠핑용으로 적합합니다.
전기 릴선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릴선이란 전선이 감긴 드럼 형태의 연장선을 말하는데, 캠핑장마다 콘센트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최소 20~30m 이상의 릴선이 있어야 안심입니다. 릴선 없이 갔다가 텐트 위치를 옮기거나 옆 사이트에서 빌려야 했던 경험담이 정말 많습니다. 전기를 사용하는 캠핑이라면 전기장판과 릴선은 세트로 챙기시길 권합니다.
결국 캠핑 준비의 핵심은 '완벽함'이 아니라 '적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베개를 빼먹고 가서 옷 더미를 베고 잤던 밤도, 젓가락 없이 라면을 마셨던 첫날도 지금은 웃으며 떠올리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타프, 팩, 전기장판처럼 계절과 환경에 따라 정말 필요한 장비는 미리 챙겨가는 게 좋습니다. 완벽한 준비보다는 '이 정도면 괜찮다'는 여유를 가지고 떠나시길 바랍니다. 다음 캠핑에선 무엇을 빼먹을지, 그게 또 어떤 추억이 될지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 참고: https://infoarounds.com/huyanglim/reservation-tips/autocamping-packing-list-for-beginners/ https://www.foresttrip.go.kr